설명의무에 관련한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설명의무 원칙을 위반하고 수술을 진행한 병원들에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려 주목된다.

법원이들 병원은 환자에게 수술 후유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들에게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의사가 아닌 직원이 대신 설명의무를 이행하게 했다.

수술 후유증 설명을 빠트린 병원

영화배우 지망생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성형외과에 내원해 상담실장으로부터 코 연장 및 융비술, 광대 관골성형술, 유방 확대술, 이마 지방주입술에 대한 권유를 받고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직후 A씨는 코 수술에 대한 불만과 유방 비대칭 및 통증을 호소했고 B씨의 성형외과에서 재수술을 받았다.

5개월 후, A씨는 좌측 광대 통증을 호소하며 B씨의 성형외과에 다시 내원했고 병원은 검사결과 광대를 고정하는 나사 하나가 부러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재수술을 시행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무리하게 4가지 수술을 한꺼번에 진행하고 수술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유방확대술을 시행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후유증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술로 인한 후유증으로 코 구축현상, 광대에 설치한 나사가 부러지는 현상, 유방에 삽입한 보형물의 이동 현상 등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며 원장 B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설명의무에 대한 부분은 일부 인정했지만 무리하게 4가지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고 유방확대술 시행 후 적절한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4가지 수술을 동시에 진행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설명의무에 대해서만 병원의 일부 책임을 인정한 것은 개별적인 수술로 위반 여부를 구분해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A씨와 그 보호자인 C씨가 수술 전 수술동의서에 서명했으며, 수술동의서에는 부동문자로 윤곽, 가슴, 코 수술과 관련해 출혈, 염증, 비대칭, 보형물 문제, 흉터, 통증, 감각 이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가 인쇄 돼 있었고 중요한 부분은 수기로 동그라미 표시가 돼 있었다”며 코 수술과 유방확대술에 대한 설명의무는 준수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수술동의서에 광대 수술에 이용된 고정 장치가 파손되거나 풀릴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없고 이 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증거도 없다”며 “A씨의 재수술에 관한 수술동의서에는 고정 장치가 파손되거나 풀릴 수 있다는 내용이 수기로 밑줄 그어져 있는 점을 비춰봤을 때 처음 수술이 진행됐을 때 설명의무를 다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원은 “높은 정도의 설명의무가 요구되는 미용성형수술은 수술 방법 및 필요성, 수술 후유증에 대해 구체적이고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A씨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인정해 B씨가 A씨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환자에게 직접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은 병원

건강검진 결과 뇌종양 소견이 발견된 D씨는 E대학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았고, E대학병원 의료진은 뇌종양 수술을 계획하고 치료를 시행했다.

수술 중 의료진이 종양에 접근하기 위해 뇌를 견인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뇌부종과 출혈이 발생했고, 의료진은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종양을 제거하지 못한 채 수술을 종료했다.

D씨는 수술 후 혼수상태와 사지마비인 상태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보존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했다.

이에 D씨의 유족들은 “병원 의료진의 진료와 수술에 과실이 있으며 수술로 인한 혼수상태 및 사지완전마비 상태의 발생 가능성을 병원이 설명하지 않아 사망한 D씨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E대학병원을 상대로 1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의료진의 진료 및 치료 상의 과실을 부정했지만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하며 E병원이 D씨의 유족들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법원은 “병원 의료진은 수술에 관한 설명을 환자 D씨 본인이 아닌 가족 중 1명에게만 이행하고 수술 동의를 받았으며, 수술동의서에 환자에게 수술에 대한 설명 및 동의를 받지 않은 이유를 ‘환자에게 수술에 관한 설명을 하는 것이 환자의 심신에 중대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함’이라고 기재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없어보이며, 이는 D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설명의무 위반이다”라고 판시했다.

의사가 아닌 직원이 수술 설명을 한 병원

F씨는 G씨가 운영하는 성형외과에 내원해 상담을 진행하고 하악각 축소술 및 광대뼈 축소술을 시술받기로 결정했다.

G씨는 수술용 전기톱을 이용해 F씨의 광대뼈와 하악을 절개해 축소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직후 F씨는 아래 입술 및 아래 앞니 등에 감각이 없음을 호소했고 S대학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과도한 골절제로 하악관이 모두 소실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F씨는 “G씨는 하악축소술을 시행하면서 하악관 내 하치조신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예상 골절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하악을 축소함으로써 하치조신경을 절단해 손상시켰고, 수술 이후 경과 관찰에 과실이 있으며, 수술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며 G씨를 상대로 8,349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G씨의 수술에 과실이 있고 설명의무도 위반했다는 F씨의 주장에 이유가 있다”며 G씨가 F씨에게 5,245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법원은 “F씨가 수술 전 감각저하 등 이상증상을 호소한 적 없고 수술 이외에 F씨에게 신경손상을 초래할 만한 이유가 없으며 정상적인 안면윤곽술에서도 아래 입술 및 주변 피부의 감각 저하는 통상 발생 가능하나 신경 손상을 동반한 감각 저하까지 안면윤곽술의 통상적인 합병증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G씨의 수술 상 과실을 인정했다.

또한 법원은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 “수술 상담기록지에 후유증에 대해 불분명하게 기재된 점, 수술에 대한 설명이 병원 의료진이 아닌 상담직원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상담직원의 설명도 주로 수술에 따른 비용이나 미각적 효과에 집중된 것으로 보이는 점, 수술동의서에 수술로 신경손상이 발생할 수 있음에 관해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 등을 비춰봤을 때 병원 의료진이 F씨에게 수술로 인한 신경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해 구체적이고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